‘파업 반성문’ 써라·줄 맞춰 걸어라…아직도 이런 회사가?

등록 : 20110615 16:21 | 수정 : 20110615 16:56

 

KEC, 복귀한 노조원 상대로 반인권적 교육
희망퇴직이나 무급휴직 강요…응하지 않으면 교육
신발 구겨 신지 않기 등 ‘27가지 준수사항’ 지키게

» 노조원을 대상으로 한 케이이시의 반인권적 교육현장. 파업 가담정도에 따라 창조·개혁·실천팀으로 나눠 교육한다.
경북 구미의 전자부품업체 케이이시가 1년여만에 직장폐쇄를 풀어 업무 현장으로 복귀한 노조원들에게 희망퇴직이나 무급휴직을 강요하고, 이에 응하지 않는 노조원들에 대해서는 반인권적 대우를 하며 교육을 시키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구미지부 케이이시지회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 등은 15일 경북 김천시 대구지검 김천지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현재 회사 쪽이 노조원들에게 교육 명목으로 가하고 있는 인권침해와 노조탄압 실상을 공개했다.

 

노조가 공개한 실태를 보면, 회사는 노조원 180여명을 파업 때 가담 정도에 따라 창조, 개혁, 실천팀으로 나눠 노란, 파란, 주황 티셔츠를 입혀 구분한 뒤, 교육과 식사까지 시차를 두고 분리해서 하도록 하고 있다. 또 그동안 파업참가 등의 행동을 회고하고 잘못을 고백하는 반성문을 매일 써서 낭독시키고 있다.

 

회사가 정한 ‘교육생 준수사항’에는 신발 구겨신기와 반바지 차림 금지, 교육생 집단행동 선동 금지, 교육시간 중 휴대폰 별도 보관장소 보관 및 사용금지 등 27가지가 포함됐다. 이를 어기면 징계조치하겠다고 돼있다. 심지어 조합원들이 건물 안에서 이동할 때는 복도에서 줄을 맞춰서 걷도록 하고 있다.

 

회사 간부는 노조원들을 개별면담하는 자리에서 “회사는 파업참가자들을 업무에 복귀시킬 생각이 없고, 대부분 희망퇴직이나 무급휴직을 시킬 계획이며, 동의하지 않으면 교육을 시킬 것”이라며 퇴직을 강요했다고 노조는 주장했다. 김성훈 케이이시지회 부지회장은 “회사 간부가 조합원들에게 ‘말만 교육일 뿐 실제 못견뎌서 스스로 그만두게 하는 것이 교육 목적이며 현재 집행부를 교체해 회사가 만든 노조를 만들어 교섭을 벌이겠다’는 말까지 공공연히 하고 있다”며 “겉으로는 직장폐쇄를 철회했지만, 조합원들 움직임을 영상으로 촬영까지 하고, 마치 ‘삼청교육대’같은 반인권적인 교육을 하면서 퇴사를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회사 쪽은 교육기간도 명시하지 않은 채 매주 목요일마다 징계를 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에 대해 조합원들은 “징계날짜까지 못박아 징계자를 가려내겠다는 건 원하는 숫자만큼 정리해고가 될 때까지 교육을 계속하며 압박하겠다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 회사 노조는 정리해고와 타임오프제 실시를 놓고 회사에 맞서다 지난해 6월9일 파업에 들어갔고, 회사가 대화에 응하지 않자 지난해 11월3일부터 14일 동안 공장점거 농성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노조 간부가 분신을 하기도 했다. 노조는 지난달 25일 파업철회를 선언했지만, 회사는 파업철회 20일만에 직장폐쇄를 풀었다. 회사는 노조원 88명을 상대로 낸 301억38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과 노조원 28명에 대한 해고 징계를 진행중이다. 또 노조는 15일 현재 벌어지고 있는 케이이시의 부당노동행위를 수사하라며 김천지청에 고소장을 냈다.

 

이덕영 케이이시 관리부장은 “사원들이 원하면 희망퇴직을 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을 뿐 인위적인 정리해고는 하지 않는다”며 “교육대상 인원이 많다보니 세 팀으로 팀별로 구분지으려고 단체복을 입힌 것이고, 1년 동안 파업하면서 했던 행동을 돌아보고 반성하는 시간을 주고, 사원들이 해마다 이수하는 회사의 기업문화 교육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회사 간부의 정리해고 관련 발언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