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C, 관리직 임금 인상 ‘정리해고로 재원 마련’
이영경 기자 samemind@kyunghyang.com

 

 

 

ㆍ경향, 사측 문건 입수

경영이 어렵다며 노동조합에 229명을 감축하겠다고 통보한 경북 구미의 반도체업체 KEC가 정리해고를 통해 임원과 관리직의 임금을 올리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문제가 노사 합의로 타결된 지난 10일 KEC 사측은 노조에 공문을 보냈다.

사측은 “지난 3년간 계속 적자를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497억원의 적자를 기록해 경영위기를 극복하고 생존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며 “229명의 정리해고 또는 임금 100억원 삭감과 희망퇴직을 논의하자”고 밝혔다.

 

그러나 경향신문이 21일 입수한 ‘관리자 처우개선(안)’ 문건(사진)을 보면, 사측은 정리해고를 통해 임원과 관리직의 임금을 올리는 데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려 한 것으로 추정된다. KEC 기획조정실이 지난 7월 작성한 이 문건에는 “관리자급 우수인재 이탈방지·확보를 위한 적정연봉(을) 책정”하고 “성과주의 문화를 실현”하기 위해 130억원의 자금이 필요하다고 쓰여 있다. 임원 임금 인상을 위해 필요한 재원 중 대부분은 인원 감축과 현장직 노동자 임금 삭감을 통해 확보하려 했다. 사측은 ‘파업복귀자 전원(198명)의 희망퇴직 유도’를 통해 73억원의 재원을 확보하고, 현장직 노동자들의 임금 삭감으로 42억원의 재원을 마련할 계획을 세웠다. 나머지 15억원은 그룹사 통폐합에 따른 인력구조 변경으로 조달하기로 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KEC지회 관계자는 “지난 2년간 KEC 구미공장에서 192명이 줄어 인건비가 55억원 이상 줄었고 파업참가자 325명 중 155명이 희망퇴직한 상태”라며 “이미 인원 감축과 인건비 삭감을 달성해 정리해고를 할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국회 환경노동위 이미경 의원(민주당)은 “KEC가 어용노조를 만들고 파업참가자 전원 퇴직을 계획한 진짜 이유가 드러났다”고 말했다.

KEC 관계자는 “임원 임금 인상을 추진한 바 없다”며 “회사는 구조조정을 원치 않고 고통분담을 통해 경영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임금 100억원 삭감을 제안한 상태”라고 밝혔다.

KEC는 지난해 6월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자 사측에서 직장폐쇄로 맞서면서 극심한 갈등을 빚은 사업장이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 9월 국회 환경노동위의 고용노동부 국정감사에서 사측이 어용노조를 설립하려 한 정황이 드러났고, 파업 당시 국가정보원이 노조의 동향을 사찰했다는 의혹(경향신문 10월7일자 18면 보도)까지 제기됐다.